📘 시월드 in 차이나 5편
[시어머니가 주신 헌옷, 그 패션의 유통기한은?]
어느 날이었다.
시어머니가 오랜만에 상하이에 오셨다.
양손 가득 비닐봉지와 작은 보따리들.
“어머님 오셨어요~” 인사도 하기 전에 들리는 말.
“이거, 입을래?”
비닐봉지 안엔 옷이 있었다.
그리고 나의 멘붕도 함께 있었다.
목차
- “한 번밖에 안 입었어~” 시어머니의 단골 멘트
- 촌스러운 건 기분 탓?
- 문제는 ‘크기’가 아니라 ‘출처’
- 착용 시뮬레이션 실패 사례
- 마음은 고맙지만 현실은 어렵습니다
- 다음 편 예고
1. “한 번밖에 안 입었어~” 시어머니의 단골 멘트
그 옷은 정말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.
실밥도 단정했고, 세탁도 잘 된 듯했고, 냄새도 안 났다.
그런데도 나는 0.3초 만에 외쳤다.
“어머… 너무 감사해요!!”
(← 자동 리액션. 내면은 아직 판단 중)
“이거 진짜 좋은 거야~
누가 나 줬는데 나한텐 커서…
너 생각나서 가져왔어~
한 번밖에 안 입었대~”
그 순간 뇌리에 울리는 문장.
“이거 누가 나 줬는데… 너 생각나서…”
…네, 출처는 알 수 없고
전달자는 셋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.
2. 촌스러운 건 기분 탓?
그 옷은 꽃무늬였다.
그것도 잔꽃무늬 + 새빨간색+ 체크무늬
드라마라면 시골집 장독대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 느낌.
“어때~ 색깔도 예쁘지 않아?”
“요즘은 다 이렇게 입던데~ 널널하니 좋잖아~”
내가 본 요즘은…
슬랙스에 맨투맨, 무지티…
그런데 시어머니의 요즘은… 1998년이 좋으셨다.
3. 문제는 ‘크기’가 아니라 ‘출처’
그 옷은 나에게 컸다.
시어머니에게도 컸다.
그럼 누가 입었던 걸까…?
“동네 아주머니가 줬는데~ 새 거야. 그냥 넣어뒀대~
근데 나한텐 안 맞더라고~ 너 생각나서~”
이 패턴은 이미 유통 단계 3단계 이상 진입.
나는 옷을 받았지만,
그 옷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.
하지만 누군가는 입으려다 포기한 옷이다.
4. 착용 시뮬레이션 실패 사례
나는 결국 호기심에 그 옷을 입어봤다.
큰 거야 뭐 어깨 뽕으로 커버할 수 있다 치자.
근데 그 느낌이 너무 애매했다.
엄마 옷을 몰래 입은 딸 느낌도 아니고,
장날 시장에서 튀어나온 느낌도 아니고…
남편이 말했다.
“어… 되게… 특이한데?”
…그날 이후
그 옷은 장롱 속 ‘고이 접힌 상태’로 보관 중이다.
5. 마음은 고맙지만 현실은 어렵습니다
나는 지금도 시어머니가 주신 옷 몇 벌을 보관 중이다.
상태는 깨끗하다.
냄새도 안 나고, 보풀도 없다.
하지만… 스타일이 문제다.
패턴 + 사이즈 + 느낌 = 실착용 0% 확률.
마음은 고마워서 버릴 수는 없고,
입자니 용기가 안 나고,
입었다가 누가 볼까 봐 더 용기가 안 난다.
그냥 우리집의 장롱만 미어 터질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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